신한카드·SBI, 엔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카드결제 실험

신한카드, 20일 도쿄에서 SBI 계열 두 회사와 블록체인 결제 업무협약 체결
엔화 스테이블코인 카드 결제·지갑 간 송금·무역대금 정산을 실증 과제로 제시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쓸지와 시험 일정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신한카드가 일본 SBI그룹 계열사 두 곳과 손잡고 엔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카드 결제를 하는 방안을 시험한다.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SBI VC트레이드는 21일 공지에서 자사와 SBI XDC네트워크 APAC가 신한카드와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본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협약식은 20일 도쿄 SBI그룹 본사에서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과 곤도 도모히코 SBI VC트레이드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엔화 코인으로 카드를 긁는 실험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법정화폐에 1대1로 맞춰 둔 코인이다. 세 회사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을 실제 가게 결제와 연결할 수 있는지, 이용자 경험과 거래 절차, 기술·운영 구조는 어떤지 실증 실험(PoC)으로 따져 보기로 했다. SBI VC트레이드는 이를 통해 새 디지털 결제 서비스와 사업 모델의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신한카드가 밝힌 주요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엔화 스테이블코인 카드 결제 서비스
-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지갑 간(W2W) 결제
- 국경 간 무역대금 정산
- XDC 네트워크 노드 생태계 참여 검토
신한카드는 카드 결제 실증에서 일본인 방문객이 기존 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자금세탁방지(AML)와 이상거래탐지(FDS)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안전하게 돌아가는지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쓸지, 시험을 언제 시작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SBI VC트레이드는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차례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무역금융용 체인 XDC가 들어온 이유
협약 상대 중 SBI XDC네트워크 APAC는 SBI홀딩스와 XDC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아랍에미리트 회사 트레이드파이넥스테크가 2023년 12월 세운 합작사다. XDC 네트워크는 무역금융과 기업용으로 설계된 블록체인으로, 이 회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XDC 기반 무역금융 솔루션 보급을 맡고 있다. SBI VC트레이드는 이 회사와 신한카드가 XDC 네트워크 인프라와 생태계 발전에 협력하고,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와 차세대 결제 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다고 전했다. 세 회사는 협력 범위를 무역대금 정산 같은 국제 결제로 넓히고, 기존 국제송금 방식과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잇는 방법도 찾기로 했다.
XDC는 SBI VC트레이드에서는 거래되지만 업비트와 빗썸 원화마켓에는 상장돼 있지 않다. 22일 오전 7시 33분 바이빗 현물 시장에서 XDC는 0.03476달러에 거래돼 24시간 전보다 7.4% 올랐다. 24시간 가격 범위는 0.03214~0.036달러였다.
SBI 쪽 엔화 코인은 201억 엔어치 발행
SBI그룹은 이미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고 있다. SBI신세이신탁은행이 발행하고 SBI VC트레이드가 유통을 맡는 신탁형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SC'다. SBI VC트레이드에 따르면 9월 7일 기준 발행 잔액은 약 201억 엔이고, 6월 1일 시행된 일본 개정 자금결제법에 따라 담보 자산 가운데 10억 엔을 단기 국채로 굴리기 시작했다. JPYSC는 일본 법상 '제3호 전자결제수단'으로 분류되며, SBI VC트레이드의 JPYSC 대여(렌딩) 신청분 약 69억 엔을 더하면 규모는 약 270억 엔이다. 개정법은 신탁형 스테이블코인 담보 자산의 최대 50%까지 만기 3개월 이내 국채나 정기예금으로 운용할 수 있게 했다. SBI 측은 JPYSC를 국내외 송금·결제와 온체인 외환시장, 토큰화 자산 결제 등에 쓰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다만 이번 협약 공지에는 JPYSC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미국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JPYSC는 현재 SBI VC트레이드 계정 안에서만 쓸 수 있고 외부 지갑으로는 옮길 수 없으며, 퍼블릭 블록체인 유통은 법률·세무·규제 승인에 달려 있다.
솔라나·비자에 이어 SBI까지
신한카드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월 30일에는 솔라나 재단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술 협력 MOU를 맺고, 솔라나 테스트넷에서 고객과 가맹점 사이 결제를 시뮬레이션하는 실증을 올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자산을 직접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의 안정성 검증과, 오라클로 실제 거래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잇는 '하이브리드 금융' 모델 연구도 과제에 넣었다. 당시 신한카드는 관련 제도가 마련되면 실제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8월 비자와도 디지털자산과 AI 기반 결제 협약을 맺었다.
신한카드는 약 2천만 명의 카드 회원을 둔 국내 대형 카드사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협약에 대해 "다양한 협력 과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등 Web 3.0 결제·정산 분야의 기술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 회사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 결제·정산 협력을 더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