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법원, 밀레이 '리브라' 사건 11명 면소 결정

아르헨티나 연방 제8형사법원, 23일 밀레이 대통령 등 11명 면소 결정
판사, 대통령 홍보가 일부 매수자 신뢰에 영향 줬을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사기 수단은 아니라고 판단
검찰이 먼저 면소 요청…11명 중 누구도 피의자 신문 안 받은 채 면소
아르헨티나 연방 제8형사법원의 마르셀로 마르티네스 데 조르지 판사가 23일(현지시간) 밈코인 리브라(LIBRA) 사건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과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실 사무총장 등 11명을 면소했다. 60쪽 분량의 결정문은 "고발된 사건들이 법률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면소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아 재판 없이 사건을 끝내는 결정이다.
면소 대상에는 리브라 발행사 켈시어 벤처스의 헤이든 데이비스, KIP 프로토콜의 줄리언 페, 대통령과 업계를 이어 준 것으로 지목된 로비스트 마우리시오 노벨리도 들어갔다. 결정문은 이번 절차가 이들의 "명예와 평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1명 중 누구도 피의자 신문을 받지 않았고, 이 가운데 8명은 변호인을 선임해 둔 상태였다.
대통령 게시글 하나에서 시작된 1년 8개월
-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의 X 계정(@JMilei)에 리브라 소개 글과 솔라나 계약 주소를 올렸다
- 고발이 잇따랐고, 의원 등 고발인들이 법원에 나와 내용을 보강했다
- 연방경찰이 관련자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문서·현금을 확보했다
- 미국 뉴욕남부 연방지방법원이 투자자들의 켈시어 랩스 상대 민사소송을 기각했다
- 에두아르도 타이아노 검사의 면소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뉴욕 법원은 데이비스 일가와 켈시어에 대해선 관할권이 없다고 봤고, 솔라나 탈중앙화 거래소 메테오라 측 피고 차우에 대해서는 사기 의도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물리쳤다. 아르헨티나 판사는 이 미국 판결도 결정문에 인용했다.
결정문에 정리된 고발 내용을 보면, 0.01달러로 시작한 리브라는 대통령 게시글 직후 5달러 가까이 치솟았다가 몇 시간 만에 무너졌다. 고발인들은 소수 지갑이 약 1억 달러를 빼냈고 4만 명 넘는 매수자가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유명인이 홍보했다고 다 사기는 아니다"
판사는 사기죄가 되려면 구체적인 거짓 진술, 그로 인한 매수자의 착오, 손실까지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결정문은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프로젝트에 특별한 파급력을 주고, 일부 매수자의 신뢰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홍보한 사람의 유명세나 출시의 화제성만으로는 기망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프로젝트의 어느 부분이 거짓으로 소개됐는지 고발 측이 특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직권남용과 공직 관련 부당 거래 혐의도 같은 결론이었다. 직권남용 부분에서 정부 반부패청은 게시글이 대통령실 공식 계정이 아닌 개인 계정에 올라왔고, 공공 자원이나 행정 행위가 동원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공직 관련 부당 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판사가 이 게시글을 "대통령이 공장이나 사업장 개업식에 참석하는 것"에 빗대며, 직무와 연결된 거래로 볼 근거가 없다고 했다.
뇌물 의혹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벨리의 휴대전화에서는 밀레이 남매에게 줄 돈을 적은 메모와 "H와 논의한 최종 합의"라는 문구가 담긴 애플 메모 흔적이 나왔지만, 수사 당국 분석에서 이 메모가 다른 사람에게 보내진 기록은 찾지 못했다. 노벨리 명의 은행 대여금고도 압수수색 때 비어 있었다. 카리나 밀레이와 데이비스를 잇는 자료는 2024년 7월 16일 대통령궁 출입을 허가한 기록뿐이었고, 판사는 이것만으로 불법 합의를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 면담 대가로 돈을 요구받았다고 공개 발언한 사업가 디오헤네스 카사레스와 카르다노 창업자 찰스 호스킨슨도 카리나 밀레이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판사는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검찰 기술팀 직원이 비공개 사건 자료에 부당하게 접근한 사실이 내부 감사로 확인됐다는 점도 결정문에 적었다. 미국에 요청한 사법 공조는 미국 당국이 자료가 부족하다며 종결했다.
밀레이 "누가 보상하나"…투자자들은 상급심에 기대
밀레이 대통령은 결정 당일 밤 X에 "1년 8개월 9일 동안의 거짓말과 비방을 이제 누가 보상하느냐"며 "사법부가 다시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고 썼다.
사건이 바로 끝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더블록에 따르면 검찰은 항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7월 고소인 자격을 잃은 투자자 5명이 연방형사파기법원에 자격 회복을 요청해 둔 상태다. 받아들여지면 이들이 면소 결정에 불복할 길이 열린다. 리브라는 업비트·빗썸·바이낸스 어디에도 상장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