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가상자산 집중 점검 착수…한국도 첫 점검 받는다

FATF, 10월 파리 총회에서 가상자산 분야 집중 점검과 빠른 후속 절차 도입
4차 평가에서 가상자산 항목을 평가받지 않은 한국도 이행 현황 보고 대상
결과는 2027년 6월·10월 공개…북한·이란 블랙리스트 유지, 그레이리스트 18개국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 분야에서 국제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나라를 골라 살펴보는 집중 점검(targeted review)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가상자산 항목을 공식 평가받지 않은 회원국도 이행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데,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일 한국도 이번 점검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FATF는 10월 28~30일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영국 출신 자일스 톰슨 의장이 처음 주재한 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총회에는 200개가 넘는 회원국과 국제기구 옵저버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수석대표로 금융정보분석원·법무부·외교부·금융감독원·금융연구원 등 5개 기관이 참석했다.
점검 대상은 가상자산 거래가 많은 나라
FATF는 30일 낸 총회 결과문에서 범죄 조직이 사기·스캠·제재 회피·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확산금융(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 조달)에 가상자산을 악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새 집중 점검과 빠른 후속 점검 절차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점검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가상자산 분야 규모가 상당한 나라를, 그동안 받은 평가 상태를 바탕으로 골라 진행한다. 지난 4월 FATF 장관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다.
FIU에 따르면 이번 점검의 근거는 FATF 권고 15다. 권고 15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우고, 가상자산을 보낼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함께 넘기게 하는 '트래블룰' 등을 담고 있다. FATF는 가상자산 분야 규모가 크면서 이 기준 이행에 미흡한 점이 확인된 나라를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지난 4차 상호평가에서 권고 15에 따른 법 도입과 운영 성과를 공식 평가받지 않은 회원국도 자국의 이행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한국, 처음으로 가상자산 성적표 받는다
한국은 FATF 4차 상호평가에서 권고 15(가상자산 부문)를 평가받지 않은 나라다. FIU는 이번 집중 분석을 통해 국내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 분야의 국제기준 이행 현황을 보고하고 점검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나라가 운영해 온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이행 수준과 실질적인 운영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금융정보분석원 보도자료
FIU는 이번 점검을 활용해 법 운영의 효과성을 꼼꼼히 검토·보완하고, 다음 5차 상호평가에 미리 대비하겠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2021년 3월 25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적용됐다. 기존 사업자는 같은 해 9월 24일까지 FIU에 신고해야 했고, 트래블룰 검사·감독은 1년 유예를 거쳐 2022년 3월 25일부터 시작됐다.
FATF는 집중 점검 결과를 2027년 6월과 10월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FIU 보도자료는 결과가 2027년 6월 총회에서 공식 발표될 계획이라고 적었다. FATF는 가상자산 분야에서 전략적 결함이 확인된 나라와 계속 소통하고 교육·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이행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이란 블랙리스트 그대로, 베트남엔 경고
이번 총회에서 북한과 이란은 지난 6월 총회와 마찬가지로 금융거래 제한 등 적극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한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 국가(블랙리스트)'에 남았다. 미얀마는 거래 때 강화된 고객 확인이 필요한 고위험 국가 지위를 유지했고, FATF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사기·스캠 활동에 대응하라는 요구를 한층 강화했다.
북한은 총회가 열리던 중 일어난 대형 가상자산 탈취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0월 31일 북한이 10월 29일께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가 넘는 가상자산을 훔쳤다고 발표했다. FBI는 북한 해커들이 훔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으로 바꾸고 있다며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관련 주소와의 거래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강화된 관찰대상국(그레이리스트)은 기존 22개국에서 불가리아·코트디부아르·콩고민주공화국·모나코 4개국이 빠져 18개국이 됐다. 명단에 남은 베트남에 대해 FATF는 개선 속도에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며, 다음 총회까지 뚜렷한 개선이 없으면 다음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총회는 스캠 단지와 연결된 불법 자금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한 새 보고서도 채택했고, 보고서는 다음 주 공개된다. 미국과 멕시코의 새 상호평가 보고서도 이번 총회에서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