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바이낸스 해킹에 거래소 긴급 소집…콜드월렛 비중 상향 당부

금융위, 2일 금감원·금융보안원·DAXA·주요 거래소와 긴급 점검회의
콜드월렛 보유 비중과 보험 가입·준비금 적립 현황을 점검
콜드월렛 비중 상향·입출고 상시 감시·준비금 추가 적립 등 4가지 당부
금융위원회가 바이낸스 해킹 사흘 만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불러 모았다. 금융위는 2일 유영준 디지털금융정책관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주요 가상자산사업자와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거래소들의 콜드월렛(인터넷과 끊어 둔 지갑) 보유 비중과 보험 가입·준비금 적립 현황을 살폈고, 콜드월렛 비중을 높이고 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당부했다.
2일 오후 5시 30분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1억518만4천 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바이낸스 가격은 7만8,227달러였고, 두 거래소 가격 차이(김치 프리미엄)는 약 0.9%였다. 금융위는 회의에서 바이낸스 사고가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그 결과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노트북 한 대에서 서명 시스템까지
바이낸스는 한국시간 10월 30일 핫월렛(인터넷에 연결된 출금용 지갑)에서 약 63억 달러, 우리 돈 약 8조 원어치 가상자산이 무단으로 빠져나갔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사고 직후 빼앗긴 자산을 추적·동결하고 있으며, 이용자 피해는 회사 자금 등으로 모두 메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임직원 업무용 노트북이 뚫려 내부 시스템에 접근했을 가능성, 그리고 거래 승인·서명 시스템에 허가받지 않은 접근이 이뤄져 자산이 출고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국내 사업자의 전산 시스템 접근 통제, 핫월렛 등 지갑의 출고 승인·서명 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현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고 밝혔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 네 가지
금융위는 비슷한 침해 사고를 막기 위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보안 강화 조치를 요청했다. 당부한 내용은 다음 네 가지다.
- 콜드월렛 보관 비중 상향
- 입·출고 상시 모니터링과 추가 대응 인력 확보
- 비정상 접근 시도를 보고·공유하는 신속한 대응 체계 운영
- 준비금 추가 적립
금융위는 앞으로도 관계기관, 업계와 협력해 해킹 같은 추가 침해 사고를 막고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대응 체계를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자료에는 회의에 참석한 거래소 이름이나 각 사의 점검 결과, 준비금을 얼마나 더 쌓아야 하는지 같은 구체적 수치는 담기지 않았다.
법이 정한 선은 80%와 5%
국내 거래소에는 이미 법으로 정한 지갑 보관 기준이 있다. 2024년 7월 19일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가상자산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을 콜드월렛에 두도록 했다. 금융위가 2023년 12월 내놓은 시행령·감독규정 제정안에서 이 비율은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로 정해졌다. 그 전 기준(전체 수량의 70%)보다 높인 것으로, 거래소는 매달 이용자 자산 가치를 계산해 80% 이상이 콜드월렛에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
해킹·전산장애에 대비한 돈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제정안은 핫월렛에 보관 중인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을 보상 한도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으로 쌓도록 했다. 원화마켓 거래소는 최소 30억 원, 코인마켓 거래소와 지갑·보관업자는 최소 5억 원이 하한이다.
1년 전 업비트도 핫월렛에서 뚫렸다
국내 거래소도 핫월렛 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업비트는 2025년 11월 27일 오전 4시 42분께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자산 약 445억 원어치가 내부에서 지정하지 않은 외부 지갑으로 빠져나갔다고 공지했다. 솔라나, 유에스디코인(USDC), 봉크, 주피터 등 24종이 대상이었다. 업비트는 이 출금이 운영 중이던 핫월렛에서 일어났고, 콜드월렛에는 침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오경석 대표는 다음 날 사과문에서 회원 피해 자산이 약 386억 원, 회사 피해 자산이 약 59억 원이며, 회원 피해 자산 가운데 약 23억 원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회원 피해는 업비트 보유 자산으로 전액 보전했다고 했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에 공개된 업비트 지갑 거래 기록을 분석하면 개인키(지갑에 접근하는 비밀번호)를 추정할 수 있는 보안 취약점을 발견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